[TS물] 루트B-2 [한시인]

“팔...아파.”
“앗, 미안!”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손에서 힘을 빼며 재빨리 물러났다. 가인이의 눈치를 살피지만 가
인이는 잡혔던 양 팔을 감싸안아 문지를 뿐 표정에 큰 변화가 없어 생각을 알 수 없었다.
과연 내 얘기를 믿어줄 것인지 불안에 떨며 가인이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한참만에야 눈을 마주보며 가인이의 입이 열렸다.
“음...정말 오빠인거지?”
“응! 믿어주는거야?”
다시 의심받지는 않을까 두려워 바로 대답하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인이도 약간은 체
념한 듯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솔직히 아직도 믿어지지 않지만...이정도까지 이야기를 듣고나면 믿을 수 밖에 없잖아. 이
런 얘기는 단순히 듣는 정도로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니까.”
다행이다. 내 얘기가 어떻게든 가인이의 믿음을 이끌어낸 모양이다. 솔직히 내게는 기억외
에는 믿음을 줄 수 있는 것이 없었으니 도박이나 마찬가지였는데...완전하진 않지만 가인이
에게서 믿음을 이끌어 냈다는데 안도감이 들었다. 가슴을 죄어오던 불안감과 긴장이 확 풀
리는 느낌이 들었다.
“후우~”
“......?”
“어쩌다 이렇게 된거야?”
“그...그게...나도 잘....”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해버렸다. 질문을 받고서야 눈치챘다. 사정을 설명해야 하지만 난 그
걸 설명할 수 없잖은가! DC하다가 올린 글 때문에 이렇게 된거고 그 글이 그런 남사스러운
내용임을 여동생에게 말한다는 건 입이 찢어져도 할 수 없다. 가인이의 짙어지는 의심의 눈
길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뭐라고 해야 넘어갈 수 있을까? 생각하자. 생
각하자.
“이..인터넷에 여자가 된다면 어떨까...하는 글을 썼더니....”
두리뭉술한 대답을 하며 공허한 헛웃음과 함께 시선을 피했다. 현실도피하는 듯한 의도적인
연출이다. 동생에게 얼마나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 이상의 방법은 떠오르지
않기에 강행한다. 뭐 틀린 말도 아니고....
“인터넷에 그런 글 하나 쓴다고 이렇게 될 리가 없잖아!”
“깜짝이야.”
갑자기 버럭하고 고함치는 동생덕에 조마조마하던 심장이 덜컥 떨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반쯤은 사실인걸 어쩌나... 오히려 서러움이 북받쳐올랐다. 다시 눈물이라도 날 것 같았다.
딱히 보여줄 증거가 없나? 생각하다가 모니터에 뜬 글에 신경이 미쳤다. 부족하나마 도움이
될까?
“이걸 봐봐! 이상한 놈이 나타나서 이렇게 해놓고는 갔다니깐.”
“오빠가 장난친건 아니고?”
“내가 이런걸 할 줄 알 리가 없잖아!”
부끄럽지만 동생보다 컴퓨터를 못 다루는 사실이 이런 곳에서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기묘
하게 반응없이 기묘한 문자열만 표시한 채 꺼지지도 않는 컴퓨터가 비정상적인 현실을 반영
하고 있었다. 바라보고 있으려니 놈의 기분나쁜 웃음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듯한 기분마저
들어 고개를 돌렸다.
컴퓨터를 두드려보고 전원버튼이나 키보드도 마구 눌러보는 것도 모자라 코드까지 뽑아보던
동생은 이윽고 포기했는지 내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턱을 괸 채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이
빤히 보였다. 그래도 일단은 부정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통한 것일까? 나로서도 미심쩍은
증거긴한데....
“으으음....”
동생의 고민이 길어질수록 내 속은 바짝바짝 겨울날의 장작불처럼 타들어갔다. 계속되는 고
난에 마음이 넉다운되서 몸마저 휘청일 지경이었다. 아니, 실제로 어질어질하고 눈 앞이 뱅
글뱅글 도는 것 같은데...? 어라라...안 되는...데....

by 월신초 | 2009/10/20 15:14 | 허상 이야기(자작소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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