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후드/슬라이서]늦 여름의 취재

나이트후드 크라이시스 / 슬라이서



나이트후드들이 실존하는 세계에서
느닷없이 연쇄 살인이 일어난다.
단, 그 살인마들이 도저히 특정이 지어지지 않는다.
연쇄 살인이라고 말하는 근거는 끔찍하게도 인간을 도륙하여
시신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들어 놓고 버려두고 간다는 것

몇몇의 용의자를 잡고, 그들로부터도 자백을 받아내었으나
이러한 범행은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또 누군가에 의해서 계속해서 일이 저질러진다.
결국 불특정 다수에 의한 모방 범죄로 판단되는 이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일컬어
나이트후드들은 '슬라이서' 즉 채칼 살인마라고 일컫는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이러한 사건 덕분에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되는지

그 이야기를 끈적하게 써주면 되겠습니다.



시간은 지금부터 오늘 자정까지(09년 10월 22일)
1편을 꼽아
피자는 내일 점심 시간 때 쯤에 배달 시킬 예정입니다.


글을 올려주실 곳은 미르나라 자유연재 게시판으로
[나이트후드/슬라이서]라는 말머리를 달고 글을 올려주시면 됩니다.

http://mirrnara.com
입니다.


나이트후드 초심자를 위해 나이트후드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평범한 우리 사는 세상에. 여러가지 신비한 사건 혹은 위험한 범죄들 사이에서
그 것이 우리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싸우는
후드티를 입은 정체불명의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단체인지, 개인인지도 알 수 없고
누가 소속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떤 나이트후드는 초능력을 사용하고
어떤 나이트후드는 마법을 사용하고
어떤 나이트후드는 범죄자를 소탕하며
어떤 나이트후드는 미치광이 살인마 일수도 있습니다.

일상과 다른 세상에 맞닿아 있는 밤마다 움직이는 검은 후드티를 입은 사람들
그들이 바로 나이트후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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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에 대해선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비록 제가 그 일로 형사일을 더 이상 해나갈
자신을 잃어 이렇게 채소가게나 하고 있지만,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그 일을 떠
올리기만 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고 식은땀으로 세수를 할 지경입니다. 아니지, 그 날은 약
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잠들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그래서 신문도 읽지 않고, TV와 라디
오조차 놓지 않고 있습니다. 제발 저를 가만히 놔둬주세요.

 


그게 얼마전, 전직형사였던 김씨를 간신히 찾아갔을 때 들었던 말이었다. 연쇄살인사이트
‘슬라이서’에 등록된 첫 사건의 관계자인 그는 몇 번의 방문에도 만나지 못하다가 간신히
만났을 때, 저런 대답을 하며 나를 가게 바깥으로 내쫓았다. 하지만 나는 포기할 생각은 추
호도 없었다. 비록 그가 관계된 당시에는 새까만 페이지에 이름도 없고 아무도 존재를 모르
는 사이트였지만, 지금은 초등학생조차 그 존재를 알고 공포에 떨게하는 사이트. 슬라이서
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많은 미러사이트를 만들어 증식해 차단조차 통하지 않는 넷 상의 괴
물. 사건이 계속되고 그 기록이 쌓여갈수록 그 끔찍한 모습을 구석구석을 모자이크형식으로
장식하는 사이트의 정체를 파고들기 위해선, 그에게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비록 그 이후의 사건들에 대해서는 그는 거의 모르는 분위기지만 적어도 최초의 사건에 대
해서 만큼은 제대로 알고 있을테니 말이다. 사이트‘슬라이서’가 아닌 사건‘슬라이서’의 탄생
에 대해선 실마리를 얻을 수 있으리라 나는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방문한 것이 십여번. 수박파편이 애써 다듬은 머리카락
에 흘러내리거나, 마음에 들었던 원피스에 시든 무청이 장식으로 추가되는 수모를 겪으며
계속 거절당하니 슬슬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처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그가 갑자기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 인터뷰에 응하기로 한 것은. 솔직히 그의 완고함에, 차라리 철저하게
비밀로 하고 있는 경찰의 뒤를 캐보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치장하
는 것도 잊고 단숨에 장비를 챙겨 뛰어나갔다.
그의 가게에 도착했을 때, 그는 지금까지의 태도와는 다르게 정성들여 깎은 과일을 접시에
담아 차와 함께 준비해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게선 기이한 권태감과 포기한 듯한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무엇이 그리 급한지 이야기를 시
작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하나. 그렇지, 그건 제가 야간당직을 선 날이었습니다. 이른 봄이
라 밤공기가 싸늘했지만 사무실만큼은 온풍기 덕에 따뜻해서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았죠.
잠이라도 깰까해서 사무실을 나오는데 마침 누군가가 들어오려 하고 있더군요. 누군가 했더
니 구내식당에 고기를 납품하는 정육점 아저씨였습니다. 몇 번인가 본 적이 있어서 알고 있
었죠. 언제나처럼 ‘이른 아침에 배달하느라 고생이십니다.’라고 인사를 하고는 궁금해서 물
어봤습니다.

“근데 여긴 어쩐일이십니까? 식당은 지하인데요.”
“예에. 안녕하십니까. 그야 물론 용건이 있어서 왔습니다아. 여기가 강력계 맞죠오?”
묘하게 느긋한 말투의 덩치 큰 중년의 사내는 김형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무실로 쑥 들어
와서 자연스럽게 사무실 한켠의 테이블 곁에 가 멈추었다. 김형사는 사내의 덩치에 눌려 미
처 제지하지 못하고 사내의 뒤를 쫓아갔다. 그는 매고 있던 커다란 비닐봉지를 원형테이블
에 거칠게 내려놓았다.
어지간히 무거운 물건인지 심하게 삐걱거리는 테이블을 보고, 김형사는 사내가 배달 중에
들른 것이라 판단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찾으시는 분이라도?”
“자수하러 왔습니다아.”
순간 김형사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떳다. 갑자기 강력계에 찾아와
서 자수라니. 사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어서 다시 되물었다.
“예? 자수요?”
“그렇습니다아. 딸을 죽였거든요오.”
그렇게 말한 사내는 주머니에서 카세트를 꺼내 재생버튼을 눌렀다. 잠시간의 치직거림이 있
은 후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빠? 왜그래? 눈이 무서워.>
<꺄아아악! 아파! 아파!!>
<아빠. 그만! 아파. 제발...>
<아빠, 살려...줘...>
<말...잘 들을....끄르륵>

파육음.
피가 튀는 소리.
절규, 비명, 애원, 울음.
피 끓는 신음소리와 죽어가는 목소리.

사내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녹음되 있지 않지만, 그것은 명백히 김 형사 앞에 서있는 사내가
한 짓이었다. 사내는 카세트를 멈춘 후, 할 말을 잃고 서 있는 김형사에게 흔들어 보이며
테이블에 내려 놓았다. 놀라울 정도로 담담한 표정으로 사내는 말을 이었다.
“음, 딸은 여기 있습니다.”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는 비닐봉지의 입구를 크게 펼쳐 김형사에게 보이도록 기울였다. 상황
을 파악한 듯 사내에게 달려들려던 김형사는 그 안을 보고 굳어졌다.
비닐봉지의 안에는 붉은 색 고기더미가 있었다. 냉동된 고기를 불고기감으로 썰기라도 한
듯이 얇고 넓적한 편육이 아무렇게나 섞여 무더기를 이루고 있었다. 뼈째로 자른 듯 사이사
이 하얀 부분이 섞인 얼어붙은 고기더미는 원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정육점에서 흔히
보는 썰어논 고기와 그다지 다를바 없었다. 단지 그 양이 좀 많을 뿐이었다.

대충 초등학생 한 명 분량정도.

“우웨에엑!!”
김형사는 그 정체를 인식한 순간 구토를 참지 못했다. 무릎을 꿇고 바닥에 격렬하게 토했
다. 사내는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짓고는 다시 품에서 디카를 하나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고
돌아섰다.
“이런, 상태가 안 좋으신 것 같군요오. 카메라만 놓고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아.”
“거기서! 우아아아!!”
김형사는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총을 뽑아 사내를 겨누었다.
“이 악마!”
그리고 사내의 등을 쏘았다. 총소리가 울려 퍼지고 사내는 한 바퀴 핑 돌며 쓰러졌다. 붉은
피가 바닥을 따라 퍼져나갔다. 김형사는 아직도 울렁거리고 뒤틀리는 것 같은 배를 움켜쥐
며 입가를 닦았다. 그리고 몸을 숙이며 격하게 기침을 하고는, 쓰러져 꿈틀거리는 사내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사내의 머리를 겨누며 방아쇠에 건 손가락에 힘을 싣는 순간, 방으
로 쏟아져 들어온 동료들에게 제지당한 채 끌려나갔다.

 

결국 그 놈은 죽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일로 정직처분을 받았고, 그대로 아예 사표를 내버
렸습니다. 도저히 계속해나갈 자신이 없었거든요. 다시는 떠올리기도 싫었습니다. 자기 딸을
그렇게 처참한 모습으로 죽이다니! 그것도 이유없이 말입니다! 카메라에는 그자식이 자기
딸을 죽이고 해체하는 과정이 찍혀있었답니다. 죽이고 냉동시켜서 기계톱으로 고기썰듯이
써는 장면이요! 지금도 이해할 수 없고 하기도 싫습니다. 몸이 부들부들 떨려요!
후우- 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돌아가 주세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내 등을 떠밀어 가게 바깥으로 내쫓았다. 문까지 걸어잠궈 거부하
는 그에게 더 이상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더 들을 얘기도 없어보였고 말이
다. 그래서 작업실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리는 순간 큰 폭음과 함께 내 몸이 허공을 나는
것을 느꼈다.

내가 병원에 누워있는 지금. 그는 사이트 ‘슬라이서’에 21번째 ‘슬라이서’이자 그 희생자로
등록되었다. 가스폭발로 죽은 그는 사체가 거의 형체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다른 ‘슬
라이서’들과 다른 점은 체포되지 않았다는 사실 뿐이었다. 사체를 완벽하게 파괴했다는 점
에서 그는 완전히 ‘슬라이서’였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두 ‘슬라이서’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
했고 말이다.

by 월신초 | 2009/10/23 08:33 | 허상 이야기(자작소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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