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물]반 쪽의 스피카-1

쌍둥이 동생이 있었습니다. 비록 이란성이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닮은 남매였습니다. 비
록 저는 남자. 동생은 여자라는 차이가 있었지만 성별의 차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우리는 마치 한 몸과 같았습니다. 아니, 한몸이었습니다. 제가 웃으면 함께 웃어주는 것이
아니라 제가 웃을 때 웃고, 제가 울면 함께 슬퍼해주는 것이 아니라 제가 울 때 울었습니
다. 마치 신의 착오로 한 몸으로 태어나야 할 것을 둘로 나뉘어 태어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저희는 닮았었습니다. 붙어다닐수록 저희는 서로를 타인으로 인식하지
못 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각자의 생각도 있고 서로 다른 인물이라는 것도 알고있었으니 착
각을 해도 금방 바로잡았지만요.
부모님은 이런 우리들을 걱정하셨는지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자 서로 다른 학교로 입학시키
시고는 함께 다니는 것을 막으셨습니다. 저희도 주변의 생각을 그때쯤 어렴풋이 눈치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부터 저희는 겉으로나마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했으
니까요. 덕분에 저희에 대한 의심은 곧 거두어졌습니다. 하지만 서로 멀리 있다고 해도, 서
로 다른 것을 보고 듣고 만진다해도 저희의 사이엔 거리란 존재하지 않는거나 마찬가지였습
니다. 제가동생의 모든 것을 느끼듯, 동생도 저의 모든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서로 마음
속 깊이까지 알고 있었으니까요. 저희의 사이에는 오로지 진심만이 존재했습니다. 거짓 따
위가 존재할 수 없었던겁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한주가, 한달이, 일년이, 이년이... 시간이 흐르고 흘러 고등학교에 입
학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다시 온전한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동생은
저이자 저의 반신이며,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존재였습니다. 서로 말로 확인하지 않았지
만 전혀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1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의 반신을 잃었습니다. 아니,
저의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동생과 나를 연결하고 있던 보이지 않는 실을 통해 공포, 고통,
절망, 그리고...소망. 그것을 남기고 동생은 이 세상에 저만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잠에 빠진 것입니다. ...아닙니다. 잘못 말했습니다. 영원히 잠든 것은....

 

“으....”
온몸에 느껴지는 아픔에 시인은 눈을 뜨려 노력했다. 하지만 눈은 접착제로 붙이기라도 한
듯이 천근만근 무거워 도저히 뜰 수가 없었다. 물 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은 힘이 들어가지
않고, 가슴과 등은 쪼개지는 듯한 아픔으로 움직이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있어선 안되리라는 강박감이 시인을 재촉하고 있었다. 초조한 가슴을 가득 매우고 흘러넘쳐
서 참을 수 없었다. 시인은 온 힘을 끌어모아 겨우 눈을 떳다.
“헉.”
순간 숨을 삼켰다. 코 앞에 낯선 얼굴이 시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그 얼굴은 시인이 언제나 바라봐온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단지 피범벅이
되었다는 점만이 다를 뿐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광채를 띄고 있던 눈빛은 그 광채를 잃고
공허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랬다. 시인의 몸을 억누르고 있던 것은 동생의 몸이었다.
시인은 힘을 끌어모아 손을 들어올렸다. 동생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들어올리던 손
을 제지하듯 억센 힘에 붙잡혔다. 시인은 눈을 돌려 자신의 손을 붙잡은 손을 보았다. 그건
동생의 손이었다. 동생의 섬세하고 가느다랗던 손도 지금은 핏기가 없이 창백해 금방이라도
바스라져 사라질 것만 같았다.
“...가...인아....”
시인은 쇳가루라도 삼킨 듯이 갈라진 목소리로 애써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동생에게 잡힌
손으로 끊어질 듯 희미하게 동생의 감정이 흘러들어왔다. 공포, 고통, 절망, 그 모든 것이
뒤섞여 가슴을 진탕으로 만들고, 가슴의 고통을 배가시켰다. 시인은 그 모든 고통이 자신의
것인지 동생의 것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그저 그를 비추지 못하는, 동생의 초점 잃은
눈만이 시인의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오빠...우웩!”
이상할 정도로 또렷한 목소리가 가인의 입에서 흘러나와 시인의 귀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터져나온 선명한 붉은색 피가 시인의 가슴을 흥건히 적셨다. 시인은 타는 듯한 뜨거움을 느
끼며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가인의 오른손이 자신의 뒤로 뻗어지는 것도 눈치채지 못
했다.
딸깍
거친 기계장치의 소리가 들리고 뒤에서 삐걱거리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인은 등
을 지탱하던 힘이 사라지자 몸이 기울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여전히 몸은 움직이지 않
았다. 이래선 안된다는 것을 시인은 알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소리치려 했지만 목이 매여
소리칠 수 없었다. 그런 시인을 가인은 마지막 힘을 다해 밀쳐 차 밖으로 떨어뜨렸다. 그리
고 도로에 나뒹구는 시인을 향해 이미 보이지 않게 된 눈을 마주쳤다.
‘아- 오빠 얼굴이 안 보이네...마지막으로 보고싶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가인은 자신을 멍하니 올려다보는 시인을 향해 입을 달싹였다. 사랑하는
오빠에게 전하는, 자신의 소망을 담은 마지막 한마디였다.
“오빠, 살....”
말은 미처 끝마쳐지지 못하고 자ㅈ아들었다. 하지만 둘 사이에 연결된 실은 시인에게 그 들리
지 않은 뒷부분까지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동생이 간절히 원한 마지막 소망. 그것은 꼭 살
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시인은 가인의 가슴을 찢고 드러나있는 붉은 색의 돌기
를 눈치챘다. 날카롭게 찢겨진 차체의 파편이 피에 물든 채 가인의 연약한 몸을 뒤에서 꿰
뚫어 가슴에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시인은 이미 끊어진 실을 붙잡으려는 듯이, 축 늘어진
가인을 향해 허공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시인의 손은 가인에게 닿지 못했다. 시인의 손을
피하듯이 차체가 뒤집어지며 솟구치더니 바닥에 가라앉듯 순식간에 시야의 밖으로 사라졌
다. 시인에겐 영겁과도 같은 잠시가 지난 후, 거센 폭음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가인...아?”
아무런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소리만이 조용히 어두운 밤길을 밝히고
있을 뿐이었다. 시인은 뻗고 있던 손을 힘없이 떨구었다. 주저앉은 자세로 동생이 사라져간
절벽 끄트머리만을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언제까지 기다려도 사랑하는 동생의 대답은 어떻
게도 돌아오지 않았다. 단지 가슴 속에 맴도는 따스한 소망의 말만이 시인의 얼어붙은 몸과
마음 속에 작게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글루스 가든 - 소설가가 되고 싶습니다!.

by 월신초 | 2009/10/25 19:46 | 허상 이야기(자작소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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